양 일간 반 바퀴씩 돌아볼 계획으로 오후 도착, 오전 출발의 3박 4일 일정을 잡았다.
해마다 한 번씩, 바이크 백과 대형 롤탑 백팩을 참 유용하게 쓰는 중이다.
노형 오거리
이 무렵의 하늘 색을 좋아한다.
제주 하면 떠오르는 삼영교통
그리고, 연동의 밤거리를 좋아한다.
연동 시가지에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바닥 조형물이 스무 걸음 간격으로 생겨났다.
가로수로 쏘아 올린 스팟 라이트도 마찬가지. 미의 기준이야 저마다 다를테지만, 이러한 전시행정에도 미적 요소가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종종 들르던 연동의 고깃집. 주인도 바뀌고 음식도 바뀐 탓에 추억 한 곳을 잃었다.
세상이 편해진 덕분에, gps 에 waypoint 를 찍고 route 를 넣는 등의 준비는 필요치 않았다. 하여, 아무런 계획 없이 내려오긴 하였으나, 분명 내일이면 시간에 부치고 힘에 부칠 하루다. 와이파이를 찾아 바인지 커피숍인지 모를 곳에서 입가심을 하며 대략의 그림을 그려보았다.
힘에 부치는 여정이 되지 않도록 전복 뚝배기로 든든한 출발을 하였다. 조식으로는 살짝 부담스런 가격이나 딱히 대안이 없다. 황가네 전복
MTB 클릿으로 입문을 했던 탓에, 클릿 양면을 사용할 수 없는 로드화가 살짝 부담이 되기도 하였으나, 인간의 적응력이야.
봄 날의 제주는 참 오랜만이다. 한창 때는 지났지만 여전히 반기는 유채꽃.
황사 주의보가 있었으나, 오전은 그럭저럭 날씨가 좋았다.
고내포구
과물노천탕
투어링 바이크로 1년간 수고해준 gios vecchio 10'
한림읍 수원리
한림읍 옹포리. 마치 도장을 찍듯 언제나 이 곳을 지나게 된다. 한림읍 골목 어귀에선 옛제주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한림읍에서 바라보는 제주 전경은 또 다른 여유이다. 멀리 새별오름이 보인다.
비양도와 닿은 협재 해수욕장.
금릉교차로 대영가든. 금능남로로 진입을 하면 음식점이 드물다.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지만 시장이 반찬이다.
금릉교차로 / 출발지로부터 37km
1121도로 녹차분재로에 위치하고 있는 무인카페, 오월의 꽃. 저마다의 사연으로 찾은 이들이 욕심없이 머물다 가는 곳이다. 다양한 종류의 차와 커피도 마련되어 있고, 양심껏 정리를 하고 나서는 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덕수리,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중문관광단지
JCC. 접근이 용이하고 휴식하기에 좋아 중문을 지날 때면 항상 들르게 된다.
단언컨데 한라산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서귀포 여고를 지나 외돌개로 향하는 작은 오거리즈음에 위치하고 있다. 내리막 경사가 심하고 갓길이 급히 좁아지니 주의해야 한다.
숙소 도착, 85km
올레꾼들에 유명한 용이네집, 메뉴는 돼지두루치기 밖에 없고 술은 근처 가게에서 직접 사서 가야 한다. 맛이나 위생보다는 운치로 찾는 정도라 느껴졌다.
조림명가. 음식도 정갈하고 인심도 좋은 곳이었다. 서귀포 중앙로터리 부근에 있다.
성산까지 가는 해안도로는 서쪽에 비해 흥미롭지 못하다. 성판악을 경유하여 비자림로를 지나 북동쪽의 평대리로 나갈 생각이다.
초입의 평균 경사도는 10%, 성판악까지 20여킬로가 남았다. 참고로 남산은 평균 6.2, 북악은 5.9
꾸준한 연습이 없었기에, 당연히 힘에 부칠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 이상의 고된 길이었다. 경사도 심하고 작은 커브가 많아 내려가기에도 벅차보인다.
오랜만의 장거리라 허벅지와 종아리가 저리고 쓰라렸다. 쉬는 중간 중간 겔타입의 통증완화제를 발랐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케토프로펜 성분의 소염진통제를 바르고 햇빛이나 강한 조명에 장시간 노출시 피부 질환 외에도 심하게는 호흡곤란이나 구토,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갓길이 있어 이 곳 까지는 무난히 오른 것 같다. 저지대에서 볼 수 없는 꽃나무들로 즐거워했던 것 같다.
갓길이 사라졌다. 이 와중에 부담스런 일차선 오르막이라니. 천천히 가면 더 아름다운 길이라지만 입장이 달랐기에 열심히 달렸던 기억이 난다.
성판악이 1km 도 채 남지 않았다. 잠시 쉬며 유일한 벗이었던 이 것을 찍는데 뭔가 마지막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느낌은 오래지 않아 들어맞게 되었다.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으로 인해 갓길 한참을 채워내려온 차들로 북적였다.
성판악 / 109km
20킬로 길을 오르는데, 쉬며 사진찍으며 하다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안주 외에 요기할 만한 메뉴는 우동과 김밥 밖에 없다.
'쉽지 않은 코스인데' 하며 서비스로 주신 오미자 차
성판악을 오른 이유는 남동쪽 해안도로가 심심하기도, 클라이밍의 욕구가 있기도 하였지만 성판악 바로 아래서 시작하는 비자림로를 보기 위한 이유가 가장 컸다. 또한 비자림로에서 이어지는 오름로를 지나기 위해.
비자림로는 평대리까지 30킬로나 이어지지만 516도로에서 출발하여 2~3km 구간이 울창하고 아름답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바 있다.
갓길도 없고 시간도 없고, 계속된 내리막이었기에 10여 킬로를 힘 한 번 들이지 않고 경치에 취해 내려온 것 같다. 어느새 산굼부리 초입 / 117km
1112도로를 타고 내려오다 송당리 사거리에서 1136 도로를 타고 중산간동로로 우회하면 오름로가 시작된다. 멀리 월랑봉(다랑쉬오름)이 보인다. / 130km
2년 전의 제주 라이딩 중 가장 마음에 닿았던 길은, 누구도 추천하지 않았던 고산-일과 해안도로였다. 십 분에 한 대씩 지나치는 차량들 외 바람소리 가득한 풍광과 나밖에 없던 것 같던 이 길이, 지금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손지오름 (손자봉) / 132km
손자봉을 지나면 이내 용눈이 오름이 보인다. 고인이 되신 사진가 김영갑님 덕분에 지금은 찾는 이가 많아졌다한다.
용눈이 오름 / 133km
마치 준비된 풍경처럼 빠른 속도로 지나는 구름이 햇살을 드리우곤했다. 노출을 고정하고 구도를 잡는 사이 쉴새없이 노출치가 흐트러졌다.
raw
다랑쉬로를 지나치는 바람에 크게 돌아 세화리로 향했다. 오후4시를 넘어선 시각이었고 복귀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멀리 오른쪽에 희미하게 솟은 것이 성산이다. / 138km
래칫 소리밖에 들리지 않던 참 조용했던 길을, 일주도로만 생각하고 내려온 것 같다. 구좌읍 / 143km
아쉽게도 라이딩 중 사진은 여기까지다. 도착지가 채 20km 남지 않은 조천읍에서 개문사고가 났고, 다행스럽게? 전치 3주의 진단과 통원 6주의 치료기간이 있었다. 투어링 용도로 마음 편히 탔던 세 번째 로드바이크는 폐차하게 되었다. 성판악을 오르며 들었던 불안했던 느낌 때문에 더욱 조심했으나, 도착지가 가까워 온 탓에 긴장을 놓았던 것이라 자책해 본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끝이 다 하는 시간은 온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며 미련이란 감정이 줄어감을 느낀다.
한마음 병원서 응급치료를 받고, 다운튜브가 움푹 패인 자전거를 숙소로 건네 받고, 통증에는 약간의 알코올도 도움이 될 거라는 의사의 한 마디를 핑계삼아 연동에서 회 한 접시와 소주 반 병을 먹고 돌아왔다. 타지에서 일어난 사고인지라, 처리가 번거로운 것 외에도 나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것이 너무 화가 났기 때문일 것이다.
fin.
성판악을 오르며 지체한 시간을 제하면 평지 25 내외의 진행 속도가 아니었나한다. 물론 기억을 남기기 위한 시간들이 더 컸을테니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다음 코스는 영실과 오름로 위주가 되지 않을까.